커피와 키, 오래된 논쟁의 시작
“너 그렇게 커피 마시면 키 안 큰다!”
아마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본 말일 것입니다. 어린 시절, 어른들이 커피 잔을 멀리하며 진지하게 던졌던 이 경고는 단순한 농담이 아니라, 오랫동안 내려온 생활 속 속설이자 일종의 금기처럼 자리 잡았습니다. 특히 성장기에 있는 청소년이라면, ‘커피=키 성장 저해’ 공식은 마치 과학적 진리처럼 받아들여졌죠.
하지만 정말로 커피가 키를 작게 만들까요? 아니면 단순한 세대 간의 오해일까요? 이 질문을 풀어가기 위해 우리는 과거 속설의 기원부터 최신 과학 연구, 그리고 세계 각국의 건강 가이드라인까지 모두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 믿음은 어디서 시작됐나
이 속설은 단순히 ‘카페인’ 때문만이 아닙니다. 20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커피는 성인 음료로 인식되었고, 당시에는 커피의 영양학적 분석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특히 1960~80년대 미국과 유럽에서 발표된 일부 골다공증 연구가 커피와 칼슘 배출의 연관성을 언급하면서, ‘성장판이 닫힌다’는 식의 과장된 해석이 퍼졌습니다. 한국에서는 우유 소비 장려 운동과 맞물려 “우유를 마시면 키가 크고, 커피는 그 반대”라는 단순화된 메시지가 교육과 가정에서 동시에 퍼졌죠.
또한, 당시 인스턴트 커피에는 설탕과 프림(경화유)이 많이 들어갔기 때문에, 커피 자체보다는 영양 불균형이 문제였는데, 이 부분이 ‘커피’의 이미지에 부정적으로 작용했습니다.
카페인과 성장호르몬 – 과학적 분석
카페인은 중추신경계를 자극해 각성 효과를 내며, 이 과정에서 일시적인 혈압 상승과 이뇨 작용이 나타납니다. 이로 인해 칼슘이 소변으로 조금 더 배출되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의 영양학 연구에서는 이 칼슘 배출량이 충분한 식단을 유지하는 경우 성장에 영향을 줄 정도로 크지 않다고 밝혀졌습니다.
- 골밀도 연구: 12~18세 청소년 1,200명을 6년간 추적한 연구(미국 NIH)에서, 카페인 섭취량과 최종 신장 간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없음을 확인.
- 성장호르몬 분비: 카페인이 성장호르몬(GH) 분비에 장기적 영향을 준다는 근거는 없음.
- 수면 영향: 다만, 카페인이 저녁 이후 섭취될 경우 수면 시간이 단축되어 간접적으로 성장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은 존재.
‘키 작아진다’는 주장, 근거 있나?
세계보건기구(WHO),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 모두 “청소년의 적정 카페인 섭취량”은 권장하지만, 성장 저해 효과에 대한 직접 증거는 없다고 명시합니다.
- WHO 권고: 13~18세 하루 2.5mg/kg 이하
- 한국 식약처 권고: 중·고등학생 기준 하루 125mg 이하(아메리카노 약 1잔)
- 미국 CDC: “적정량 섭취 시 성장 저해 근거 없음”
여기서 중요한 건 ‘적정량’입니다. 하루 3~4잔 이상의 고카페인 섭취는 수면 부족, 불안, 소화 장애 등 부정적 영향을 불러올 수 있으며, 이는 장기적으로 성장 환경에 악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커피와 청소년 건강 – 키 말고도 주목할 점
성장기 청소년이 커피를 마실 때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키’보다 수면과 생활 패턴입니다.
- 수면 부족: 성장호르몬은 깊은 수면 단계에서 분비량이 최대치에 이릅니다. 카페인은 수면 진입을 지연시키고 숙면 시간을 줄입니다.
- 집중력 변화: 일시적으로 각성을 유도하지만, 과다 섭취 시 불안감과 주의 산만을 유발.
- 심혈관 영향: 심박수와 혈압의 일시적 상승.
즉, 커피는 성장판에 직접적으로 작용하지 않지만, 생활 리듬과 전반적인 건강 습관에 영향을 미쳐 간접적인 악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세계 각국의 시선 – 커피 교육과 건강 가이드라인
- 미국: 고등학생의 커피 섭취율이 높지만, 학교에서는 고카페인 음료 판매 제한.
- 유럽: 프랑스·노르웨이 등 일부 국가는 학교 내 커피 판매 금지.
- 일본: 청소년 카페인 섭취량에 대한 권고가 있으나, ‘문화적 음용’ 허용 분위기.
- 한국: 2018년부터 학교 매점·자판기에서 고카페인 음료 판매 금지.
국가별 정책은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성장 저해’보다 ‘생활 습관 관리’에 중점을 둡니다.
전문가의 조언 – 성장기 커피 섭취 가이드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김○○ 교수:
“카페인은 적정량 섭취하면 큰 문제가 없지만, 수면과 영양 섭취에 영향을 주는 시간대에는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실천 팁
- 오후 2시 이후 카페인 음료 피하기
- 하루 섭취량 기록하기
- 우유·두유 등 칼슘 보충 음료 병행
- 시험 기간 등 필요 시 ‘한시적’ 사용
결론 – 속설을 넘어, 건강한 선택
결론적으로, 커피가 키를 작게 만든다는 과학적 근거는 없습니다.
그러나 무분별한 섭취는 수면·영양·생활 리듬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으니, ‘적정량·적절한 시간대’라는 두 가지 원칙을 지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커피는 적이 아니라, 관리할 줄 알면 성장기에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음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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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
1. 뼈 건강, 칼슘과 카페인
- 카페인과 칼슘 대사 관련, “안전한 칼슘 섭취 시 뼈 건강에 유해하지 않다”는 연구 결과
PubMed - 일부 연구에서는 고용량 카페인이 뼈 밀도에 약한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복합적인 결과
PubMed - 카페인이 요로로 칼슘 배출을 증가시키는 효과는 있으나 소량 섭취 시에는 우유 한두 스푼으로 상쇄 가능
cuimc.columbia.edu+15ScienceDirect+15PubMed+15
2. 청소년 수면과 행동적 영향
- 청소년의 카페인 과다 섭취는 기분, 수면, 학업 수행에 영향을 주며, 수면 장애 유발 가능성
Teen Vogue+5michiganmedicine.org+5Johns Hopkins Medicine+5 - 카페인이 수면 잠복기와 수면의 질에 미치는 영향(잠 들기 어려움, 깊은 수면 감소 등)
BioMed Central+15jcsm.aasm.org+15ScienceDirect+15
3. 일반 건강 영향과 카페인
- 일반적인 수준(3~4잔)에서는 건강에 이점을 줄 수 있지만, 일부 경우엔 골절 위험, 임신 영향 가능
위키백과 - 고용량(800 mg 이상의 카페인)은 칼슘 배출을 급격히 증가시켜 골다공증 위험 가능
Health+3Home+3Frontiers+3
4. 성장기 아동·청소년 특이 사례
- 어린이·청소년의 카페인 섭취는 신경계·심혈관계에 영향을 줄 수 있으며, 안전 허용량은 명확하지 않음
PMCTIMETeen Vogue - 청소년의 성장기 뼈 형성 시기에 카페인 섭취는 칼슘 흡수 방해 가능성을 지님
Sun Pediatrics
5. 보조제 및 영양소 흡수 방해
- 커피의 탄닌과 카페인이 철분, 칼슘 등 미네랄 흡수에 방해가 될 수 있음. 섭취 시시간 간격 조정 필요
helpguide.org+9eatingwell.com+9Health+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