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 한 번 걸려야 면역이 생긴다.” 마치 통과의례처럼 아이들에게 일부러 감기에 노출시키거나, 면역력 강화를 명분으로 병을 한 번 치르게 하자는 주장이죠. 하지만 현대 의학의 시선에서 이 말은 얼마나 타당할까요?
감기, 정말 면역의 시작일까?”
속설의 뿌리 – 경험에서 나온 믿음
옛날에는 백신이나 항바이러스제가 없었고, 영양 상태와 위생이 지금보다 훨씬 열악했습니다. 그 속에서 사람들은 한 번 앓고 나면 같은 계절에 다시 걸리지 않는 듯한 경험을 자주 했습니다. 이것이 “한 번 걸려야 강해진다”는 믿음을 굳힌 셈입니다. 실제로 일부 바이러스(홍역, 수두 등)는 한 번 걸리면 강력하고 오래가는 면역이 형성됩니다. 그러나 감기를 일으키는 바이러스들은 사정이 다릅니다.
의학적 사실 – 감기 면역은 ‘짧고 불완전’
감기의 30~50%는 ‘리노바이러스(Rhinovirus)’가 원인이고, 나머지는 코로나바이러스, 아데노바이러스, 파라인플루엔자 등 200여 종의 바이러스가 원인이 됩니다. 즉, 한 번 걸려도 그 바이러스 변종에만 짧게 면역이 생길 뿐, 다음에 또 다른 유형의 감기 바이러스가 오면 또 걸립니다.
리노바이러스 면역 지속 기간: 평균 9~12개월
코로나바이러스 면역 지속 기간: 수개월 내 소멸 게다가 바이러스는 돌연변이를 계속 일으켜 새로운 변종을 만들어냅니다.“면역은 마스크 속에서 만들어지지 않는다.”
면역학의 관점 – ‘걸려서’가 아니라 ‘훈련해서’
감기에 걸렸을 때 몸은 항체와 기억세포를 만들지만, 이 기억은 바이러스별로 한정됩니다. 따라서 감기를 ‘일부러’ 걸리는 것은 면역력을 전반적으로 강화시키는 효과가 없습니다. 오히려 노약자나 기저질환자에게는 위험하고, 합병증(기관지염, 폐렴) 가능성을 높입니다. 면역학적 훈련은 규칙적인 운동, 충분한 수면, 균형 잡힌 식사, 예방접종을 통한 ‘안전한 노출’로 이루어집니다.
전문가 의견
서울대병원 감염내과에 따르면,
“감기는 종류가 워낙 다양하고 변이 속도가 빨라 한 번 걸린다고 전체 면역이 강화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면역이 약한 상태에서 감기에 걸리면 회복에 시간이 오래 걸리고, 2차 감염 위험이 커진다.”
미국 CDC(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도 같은 입장입니다.
“감기나 독감의 면역력 확보를 위해 의도적으로 바이러스에 노출되는 것은 권장하지 않는다.”
감기를 일부러 겪는 것이 면역은 아니다.”
‘건강한 면역’은 예방에서 시작된다
“감기는 걸려야 면역이 생긴다”는 말은 일부 질병에선 맞을 수 있지만, 감기에는 해당되지 않습니다. 면역은 ‘안전하게 훈련’하는 것이지, ‘불필요하게 위험에 노출’시켜서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따라서 가장 좋은 전략은:
손 씻기
환기
충분한 휴식과 영양 섭취
독감 예방접종
면역력 관리
[ 요약]
감기는 다양한 바이러스가 원인 → 한 번 걸려도 다른 변종에 또 걸릴 수 있음
면역 지속 기간도 짧음
일부러 감기에 걸리는 것은 건강에 해롭고 효과 없음
면역력은 예방과 생활 습관에서 키워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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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논문·기사 링크
🔗 “Study findings may help explain why we keep getting colds” 이 연구는 리노바이러스가 수많은 변종을 동시에 유포함으로써 면역을 회피한다는 점을 짚습니다. 즉, “한 번 걸렸어야 면역이 생긴다”는 속설이 무력해지는 이유를 과학적으로 뒷받침합니다.
🔗 “Does exposure to cold and flu viruses strengthen the immune system?”(The Guardian) 노출이 면역력을 계속해서 상기시키는 데 ‘어느 정도’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의도적으로 감기에 걸리는 방식은 위험하며 효과적이지 않다는 전문가 견해를 전합니다.
🔗 Harvard Health – “Does being cold give you a weak immune system?” 감기에 일부러 걸리는 행위보다는 적절한 생활습관과 예방이 면역 강화에 훨씬 효과적이라는 점을 강조합니다.